병원행정관리자협회

의료시장개방, 우리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 등록자 : 관리자
  • 조회 : 2264
  • 등록일 : 2005-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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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흥식

주요약력

분당서울대병원장

신선한 공기와 초록빛이 가득한 5월 아침에 저는 모 일간지의 의료관련 기사를 접하고 잠시 상념에 사로 잡혔습니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중 80.7%가 경제자유구역내에 외국계 병원이 들어설 경우 내국인의 이용을 허용해야 하고 68.6%가 외국계 병원의 국내 진출이 필요하다고 웅답했다고 합니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외국계병원이 들어설 경우 내국인의 이용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입니다.

 

우리 정부와 대다수의 국민은 의료시장개방에 매우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국내 의료계는 국경없는 무한경쟁의 참담한 현실 앞에 이구동성으로 위기라고 말합니다. WTO 체제의 출범으로 상품은 물론 노동과 서비스의 이동에 대한 국가간 장벽은 더욱더 낮아지고 있고 유럽연합은 이미 병원서비스, 건강보험, 전문직 서비스 분야를 완전히 개방한 상태입니다. 

 

이제 우리 의료계가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힘없는 아우성과 넋두리로 정부와 국민을 설득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경쟁력이 취약한 의료계가 국제경쟁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할 시점입니다. 

 

  외국 영리법인의 진출은 국내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또한 그들은 효율적인 경영과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내세워 내국인이 외국 현지병원을 이용하는 병참기지역할과 고가의 기자재 및 의약품 재료들의 무절제한 수입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것입니다. 특히 지나친 국민의료비 증가는 중소병원의 도태, 1차 의료체계 붕괴, 저소득층 공공의료 이용 편중화 등의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제 의료시장개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자 시대적 흐름입니다.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 우리 의료계 스스로 생존을 위한 전략과 대책을 수립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병원 행정인들이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최일선 첨병으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 의료계의 지속적인 체질개선 노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문행정인의 양성이 시급합니다. 우수한 전문행정인의 양성은 외국자본의 진출로 인해 의료시장의 양극화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지혜롭게 대응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현실적인 대처방안과 정책개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의료계의 미래는 바로 병원 행정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잠재적인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병원 행정인들이 고객중심의 사고와 질높은 행정서비스, 차별화된 마케팅 전개, 수익 모델창출, 글로벌 행정전문가 양성 등 자신이 속한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 우리 의료계도 지속적인 성장과 도약이 가능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병원의 생존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병원 행정인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모든 행정인의 산파역할을 수행하는 병원행정관리자협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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