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의 출발
- 등록일 : 2020-08-28 14:55
주요약력
왕진(往診)가방의 부활과 재택의료의 출발,
일차의료 왕진 시범사업 실시
최 순 성
근로복지공단 행정부원장
왕진 수가에 대한 적정성 여부 관련,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질병‧부상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의료접근성 개선을 위해 2019년 12월 27일부터 왕진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일차의료 왕진 수가 시범사업은 현 정부가 추진해 온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반 확보라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1970년대 말까지 성행했던 우리나라의 왕진제도는 1977년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대상 의무가입이었던 의료보험이 1989년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현한 이후,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동네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의사가 환자를 직접 방문하더라도 기존의 건강보험체계에서는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했을 때 받는 초‧재진료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나 재가환자 및 보호자의 삶의 질 향상과 입원환자의 지역사회 복귀를 촉진시켜 궁극적으로 국민의료비 부담을 줄여 나가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함께, 2025년 초고령 사회의 도래 및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던 계층을 위해 왕진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왕진제도가 사리진 이후 오래전부터 형성돼 왔다.
왕진 수가 시범사업은 수요자로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공급자인 왕진 참여의원에 요청하면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아래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왕진 수가 시범사업 개요
<시범 사업의 공급자인 왕진 참여 의원>
왕진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신청한 의원은 의료법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 중 왕진 가능의사가 1인 이상인 의원으로 진료과목이나 자격 제한이 없다. 시범사업에는 2019년 3/4분기말 기준 전국 의원 수 32,383개소 중 1.07%인 총 348개 의과 의원이 참여기관으로 등록을 완료했다. 지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서울 107개, 경기 92개, 인천 7개, 전남 7개, 경북 4개, 강원 3개 등으로 2019년 9월말 현재 개설 중인 의원 수 기준으로 서울은 1.2%, 경기는 1.3%, 인천은 0.4%, 전남은 0.7%, 경북은 0.3%, 강원은 0.4%로 지역별 편차가 심하다. 진료과목별 분포를 살펴보면 내과 61개, 가정의학과 9개, 외과 12개 등인 반면 일반의 참여는 182개로 전체 참여 의원의 52.3%를 차지한다.
한편 정부는 향후 시범사업의 운영 결과를 모니터링하면서 의과 의원에서 한의원과 치과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시범사업의 수요자인 왕진 대상자>
보행이 곤란‧불가능하여 환자 또는 보호자가 왕진을 요청할 수 있는 대상자는 재가(가정)환자로 사회복지시설에 거주하는 환자는 대상이 아니며 마비(하지, 사지마비, 편마비 등), 수술직후, 말기질환, 의료기기 등 부착(인공호흡기 등), 신경계 퇴행성 질환, 욕창 및 궤양, 정신과적 질환, 인지장애 등으로 정하고 있으나 진료사고 방지와 환자안전 등을 위해 의원에 내원하여 1회 이상 진료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를 원칙으로 하고 초진의 경우 왕진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능한 것으로 하고 있다.
보훈환자를 제외한 건강보험 가입자와 피부양자,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 환자 모두 해당되며 예외 근거를 마련하여 거동이 불편하지 않더라도 환자 또는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왕진을 실시할 수 있으나 시범수가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시범사업 왕진 수가>
왕진료 시범수가는 2가지 유형인데 왕진료 Ⅰ형은 약 11만 5천원으로 의료행위, 처치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별도 행위료 산정이 불가한 포괄수가 형식이고 Ⅱ형은 약 8만원으로 왕진료 외에 추가적인 의료행위 등을 포함하고 있지 않아 별도 행위료 산정이 가능한 행위별수가 형식이다. 건강보험 가입자 기준으로 환자의 본인부담은 왕진료 시범수가와 해당 의료행위 비용에 대해 100분의 30을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의사 1인당 일주일에 최대 15회까지만 인정하고 그 횟수를 초과한 경우 수가 산정이 안 된다. 그리고 왕진 시 가정전문간호사와 함께 방문하는 경우에 한하여 동반 인력에 대한 가정간호 기본방문료(방문당)를 별도 청구할 수 있다.
<원외 처방>
왕진 시 원외처방이 필요한 경우 보호자가 의료기관에 내원하여 처방전을 직접 수령하거나 전자적 방식으로 처방전을 교부하도록 하고 있다.
시범사업 실시와 함께 결정된 왕진수가의 적정성 여부는 사업에 참여하려는 왕진의사의 공급량과 환자의 편익과 본인부담비율 등을 고려하여 왕진을 선호하는 대상자의 수요량에 의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잦대가 될 것이다. 결국, 왕진 시범사업 운영결과는 건강보험 재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정부의 의도대로 왕진제도가 입원환자를 얼마만큼 재택으로 이동시켜 그만큼의 건강보험 급여 중 요양비용이 실제로 절감되었는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한편으로 시범사업이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의료인력의 변화 추이를 심도 있게 관찰해야 한다. 왕진 수가구조에 따라 왕진 의료인력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면 의료기관 종별, 지역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어 갈 것이다.
아울러, 지향해야 할 커뮤니티케어와 재택의료의 안착을 위해서 왕진과 함께 검토되어야 할 것은 약 처방에 따른 환자 및 보호자의 편의성 제고와 복약지도의 병행이다. 커뮤니티케어가 활성화되어 있는 일본의 사례처럼 왕진의사가 재택의료 현장에서 약 처방전을 입력하면 환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변 약국에 전달되면 환자가 있는 집으로 약 배달과 함께 복약지도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왕진과는 별도로 보호자가 왕진의사 소속 의료기관에서 처방전을 수령하거나 전자적 방식으로 교부받아 직접 약국에 들러 약을 타야하는 번거로움과 이동에 따른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엄격한 의미에서 재택의료는 왕진을 포함한 상위개념이고 커뮤니티케어는 재택의료와 재가복지서비스를 포함한 상위개념이다. 왕진은 재가환자의 수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요자중심인 반면 재택의료는 환자별 주치의로서 진료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일정에 맞추어 왕진을 하게 되는 개념으로 본다면 왕진 제도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공급자중심의 방문진료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왕진 시범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재택의료, 나아가 개개인의 의료복지 욕구에 맞는 커뮤니티 케어의 기반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다음글 | 코로나 3법 개정에 따른 보건의료체계의 변화 |
---|---|
이전글 | 취업규칙 변경과 근로계약의 효력에 관하여 |